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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케이엘씨오퍼레이션 대표 / 조명설계가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 왜 조명 설계를 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묻는 말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대학원에서는 건축 계획을 전공했다. 건축이 좋았고, 건축을 공부하는 건 늘 즐거웠다. 그런 나를 조명의 세계로 이끈 건 건축사 강의였다. 강의는 늘 들을 때마다 매번 설레었고 흥미로웠다. 문명 이전의 사회에서 집이란 추위와 비를 막아주는 ‘구조’가 중요한 생활공간이었다. 그런데 역사와 문화가 발전하면서 ‘구조’를 넘어선 집의 장식, 즉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국가가 문화를 꽃피우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 낮만큼 밤의 활동이 중요해진다. 밤의 감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인테리어의 꽃인 ‘조명’을 신경 쓰며 공간이 빠르게 변화한다. 조명이 건축과 인테리어의 필수 요소로 떠오르는 것이다. 건축의 역사에서 조명의 등장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강의 덕분에 ‘빛을 담고 있는 오브제’인 조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는 건축인으로 거듭났고, 조명이 공간에 주는 가치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대부분의 사람은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인테리어? 조명? 내 집이 생기면 정말 멋지게 꾸며야지!”

우선 내 집 마련부터 하고 인테리어는 그 다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을 꾸미는 일은 멀리 미뤄진다. 하지만, 옷도 젊을 때 입어야 이 옷 저 옷 걸쳐보면서 잘 어울리는 옷을 찾듯, 집도 다양한 스타일로 꾸며보며 살아야 한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공간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는 사는 공간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유럽 아이의 감성과 창의성이 풍부한 이유는 사는 공간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수많은 연구와 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조명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미루지 말자

20대 초반, 출퇴근을 편하게 하기 위해 서울 신림동에 자취방을 얻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자취 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나만의 공간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집에서만이라도 아늑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었다. 주말에도 사람 많은 곳에 가기보다 집에서 조용히 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공간을 꾸미려고 마음을 먹자 걱정이 앞섰다. “자취방인데 너무 뜯어고쳐서 나중에 주인이 복구하고 나가라하면 어쩌지?” 그래서 생각한 게 천과 조명의 활용이었다. 동대문에서 제일 저렴한 커튼 속지를 주문해 행거와 주방을 가렸다. 플로어 스탠드도 하나 가져다 놓았다. 주말에는 플로어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 아래서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친구와 통화도하며 너무나 행복했다.

내 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미루지 말자.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통해 나만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기 바란다. 작은 시도만으로도 공간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점점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에 가면 아늑하고 편안하며 대접 받는 느낌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오면 여행지에서 들렀던 호텔이 그리워진다. 호텔에서 기분이 좋은 이유는 단연코 조명 때문이다. 조명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인식하고, 조명을 제일 훌륭하게 활용하는 공간이 호텔이다.

 

“호텔처럼 인테리어를 한다고? 에이, 돈이 많이 들어서 어렵겠어”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호텔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호텔처럼 공간을 꾸미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어렵지도 않다. 조명만 조금 신경 써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정말 그뿐이다. 호텔이라고 비싼 고급 조명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장식적으로 힘을 줘야 하는 샹들리에나 메인 조명 한 두 가지는 억 소리가 나지만, 1만원 이하의 조명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낸다.

로비, 콘퍼런스룸 같은 주요 공간에는 고가의 조명을 사용하고 복도, 화장실, 세탁실 같은 서비스 공간에는 가성비 좋은 조명을 사용했다. 가성비 좋은 조명을 보더라도 빛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화장실에 이런 싸구려 조명을 사용했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집도 마찬가지로 포인트를 주고 싶은 공간의 조명은 예산을 좀 더 들이고 나머지 공간은 가성비 좋은 조명을 사용한다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조명과 공간에 애정과 관심을 쏟자. 어느 순간 우리 집이 아름답게 변해 있을 것이다. 공간을 가장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조명이다. 한 가지 요소를 바꾸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태까지 내 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테리어와 조명을 바꾸지 못한 게 아니다. 나중에 할 일로 미루고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을 뿐이다.

조명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지금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면 모두 항상 멋진 집에 살 수 있다.

조명을 바꾸면 공간의 감성이 바뀌고 사는 사람의 감성도 바뀐다. 아름다운 조명이 놓인 공간에서 감각적인 감성의 소유자로 살아가자.